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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봉화여행 - 별빛 쏟아지는 마지막 남은 오지 승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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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과연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오지가 남아 있을까? 경상도와 강원도의 경계선에 있는 승부역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기는 하지만 한번 찾아왔던 이는 잊지 않고 꾸준히 찾는다는 승부역. 사람이라고는 기차역의 코레일 직원 한분만이 쓸쓸히 지키고 있을 뿐이다. 밤에는 달빛과 별빛만이 반짝거리며 별이 쏟아진다고 하고, 겨울에는 눈꽃이 온 세상을 비춘다하여 눈꽃축제로 세상에 알려진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의 승부역에 다녀왔다.



내일로 전국 기차여행 그 6일 째 아침이 밝았다.
전 날 승부역에서 하루를 보냈던터라 아침 일찍 일어났어야 했다.
오지중의 오지라는 승부역의 아침은 그 어느 곳보다 고요하다.

경상도와 강원도 경계에 위치해 있는 승부역에는
상행선, 하행선 각각 아침에 한대, 저녁에 한대 하루 두 대의 기차가 다닌다.
그런데 아침에 단 한대 밖에 없는 기차를 놓쳐 버렸다. 어?....

뻔히 아침에 기차가 한대 밖에 없는 걸 알면서도 늦잠을 잔 것이다.
다음 기차는 무려 12시간을 기다려야 오는 저녁 기차 한대 뿐이었다.
물론 기차는 다닌다. 하지만 정차는 하지 않고 지나칠 뿐이다.

철도원께 여쭤보니, 그나마 차가 다니는 마을까지는 걸어서 4시간 거리 라고 한다.
석포라는 마을까지 가더라도 버스는 없고 택시를 불러야 된다고 한다.

아 이건 무슨... ㅋㅋㅋㅋ 대한민국 맞아?.. ㅋㅋㅋㅋㅋ
기차를 기다리자니 하루를 날리게 생겼고.. 마을까지 걸어가려면 4시간이라니...
어짜피 지나가버린 기차. 무턱대고 하루 종일 이 곳에
발이 묶여 있는 것보다는 석포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 승부역의 빨간 우체통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고  수송의 동맥이다



▲ 승부역의 빨간 우체통과 전경


승부역은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는 아주 작고도 아담한 역이다.
코레일 직원 한 분만이 쓸쓸히 지키고 있을 뿐이다.
하루에 기차가 두대 밖에 서지 않는 이 곳에서 얼마나 심심하실까.
그래서인지 여행객을 더 반겨주셨고 이것 저것 챙겨주신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그곳, 승부역 주변을 조금 둘러보자.


 

▲ 할머니! 쓰레기는 쓰레기 봉투에...

 
승부역 바로 앞에는 태백황지에서 시작하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주변을 산책하고 있는 와중에 반갑게도 할머니 한 분을 마주쳤다.
머리에 짐을 잔뜩 짊어진채 걸어오고 계시길래 냉큼 달려가 짐을 들어드렸다.
커다란 양동이 안에는 병,플라스틱 같은 재활용품(?)들이 잔뜩 담겨있었다.

'아... 쓰레기들을 깨끗히 씻어서 재활용 하시려나?'
라는 생각과 함께 시골 할머니들의 알뜰함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강가에 무사히 짐을 들어드리고 난 뒤, 뒤돌아 걸어나오는 길에
더 도와드릴 일이 없나 여쭤보려 뒤를 돌아보는데.....

할머니께서는 강물에 쓰레기를 하나씩 던지고 계셨던 것이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말릴 생각도 못하는 사이에
어느새 다 던지시고는 남은 쓰레기마저 훌훌 털고 계셨다...

할머니..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시면 안됩니다....!!


 

▲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승부역 주변의 물레방아


 
승부역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니 늦잠덕분에
기차를 놓친게 오히려 정말 잘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발길이 드문 탓에 자연의 순백을 지니고 있는 이 곳이
앞으로 사람들이 자주 찾기 시작하면서 변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승부역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겨울에 있는 '눈꽃 축제' 때문이다.
승부역의 눈꽃 축제가 처음 TV에 소개된 후로는 겨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나도 겨울에 다시 한번 승부역에 들러봐야겠다.


 

▲ 승부역 바로 앞에 있는 터널길

 
기차를 놓친 아쉬움을 잊은 채 승부역 주변을 둘러본 후,
떠나려는 찰나 승부역으로 들어서는 자전거 하이킹 일행을 만났다.
처음 오신게 아닌 듯, 익숙하게 자전거를 세우고 둘러보면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모두 친구분들이라고 하신다.


 

▲ 서울에서 승부역까지 자전거로 달려오신 멋진 분들


 
서울에서 승부역까지 그 먼거리를 자전거로 오셨다고 한다.
겨울에 한번 찾아온 승부역을 잊지 않고 친구들과 다시 오셨다는..
부모님 뻘이셨지만 나이를 잊을만큼 멋지게 살고 계시는 분들이다.

마침 내가 걸어 가려는 석포에서 오는 길인데,
자전거로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어떻게 걸어가려 하는지 걱정해주셨다..

나이는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듯한 멋진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때마침 기차가 정차도 하지 않은채 유유히 지나가 버렸다.


 

▲ 야속하게도 정차하지 않고 달리는 기차


 
기차는 지나쳤지만 이제 슬슬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보자.
석포까지 우리는 산과 함께 바람과 함께 강과 함께 걸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천천히.



▲ 승부역에서 석포로 가는 길에는 기찻길을 끼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 승부역에서 석포로 가는 길



▲ 승부역에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산골마을

 
승부역에서 무작정 길을 따라 한시간 정도를 걷다보니
3채 정도의 집이 모여있는 작은 산골 마을을 만났다.
석포까지는 분명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여기가 석포인걸까.


 

▲ 승부 어느 산골마을에서

 
집 앞 텃밭에서 일하고 계시는 할아버지께 석포가는 길을 여쭈어 보았다.
여긴 마을도 아니라고 하시며 반대 방향이라고 하신다..

" 이 길로 쭉 가면 뭐 나와요? "
" 아무것도 안나와 ^^ "

어찌됐든, 이렇게 사람 인적이 드문 곳에 집 한채 짓고 사시는 모습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나도 나중에 이런 곳에 집짓고 살아야지 '

근처에 폐교가 하나 있다길래 가보려했지만,
걸어서 1시간이 넘게 걸린다기에 바로 포기.
걸어왔던 반대편 방향으로 다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 석포로 가는 길에 만난 작은 곤충들

 
승부역에서 걸어나온지 2시간이 넘어가자, 슬슬 발길이 무거워졌다.
도대체 얼마나 더 걸어가야 마을이 나오는 걸까..

이 때, 멀리서부터 차 소리가 들려온다.
올타쿠나! 트럭 한대가 저만치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단 몸으로 막고 섰다.
아저씨께서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우리의 모양새를 보시고는 바로 타라고 하셨다.


 

▲ 석포까지 태워다주신 기적 아저씨


 
이 길은 차도 안 다니는 길이라며 마주친 걸 행운으로 알라던 아저씨.
더워보인다며 에어컨까지 켜주시던 아저씨. 감사합니다.

차로도 한창을 달려서야 흰 연기를 내뿜는 공장과 함께 석포가 보였다.
덕분에, 기차로는 한 정거장일 뿐인 석포까지 3시간 뒤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오히려 기차를 놓치게 되어
더욱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던 승부에서의 여행이었다.

비록 아직까지도 겨울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승부역을 잊지 못해
작년에도 다시 찾게 만들만큼 승부역은 매력있는 곳이다.
승부역에서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승부마을이라는 곳은
TV에서도 소개되었을 만큼 아름다운 마을로 유명하다고 한다.
겨울에 "눈꽃 축제"를 찾아가게 되면 승부마을에도 꼭 다녀와야겠다.




일주일간의 기차여행 중 가장 힘들고도 추억에 남는 6일 째.
시간이 멈춘듯 예전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석포와
하늘아래 태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멋진 태백,
쩐의 전쟁에 밤낮이 바뀐 도시 사북이 다음 여행기에서 이어집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바로 여행후기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여름날의 추억 by. Seen #1. 빛고을 광주 (전남대학교)
#1. 대나무향기 서린 그곳 담양 (죽녹원,관방제림,메타세콰이어길)
#2. 보성의 녹차향기 (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2. 순천만의 화려한 일몰
#3. 철새의 고향 순천만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3. 화려한 항구도시 부산의 야경 (광안대교 야경, 베스타 찜질방)
#4. 피서의 메카 부산 (해운대, 송정 해수욕장)
#5. 살아있는 석탄박물관 철암 (탄광촌, 철암 역두 선탄장)
#6. 별빛 쏟아지는 마지막 남은 오지 승부역
#6. 시간이 멈춘 그곳. 산간 벽지 마을 석포
#6. 하늘 아래 태백 (해바라기 축제, 매봉산 바람의 언덕)
#6. 쩐의 전쟁 사북 강원랜드
#7. 어느 흐린 여름날의 경포대 해수욕장
    기간 : 09.08.02 ~ 09.08.09 (6박 8일)
    컨셉 : 기차로 전국 배낭여행
    비용 : 내일로 티켓 포함 40만원 (2인)
    경로 : (#1) 서울 - 광주 - 담양 - 광주
            (#2) 광주 - 보성 - 순천
            (#3) 순천 - 부산
            (#4) 부산 - 경주
            (#5) 경주 - 철암 - 승부
            (#6) 승부 - 석포 - 태백 - 사북
            (#7) 사북 - 강릉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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